임신 중 일어나는 감정 변화 (2)

혼란스러움 / 양가감정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인생에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엄청난 불안과 혼란을 안겨 주었다. 임신할 때까지만 해도 당장 어서 아기를 갖고 싶다는 마음 밖에 없었지만 막상 생기고 나니 양극단의 끝에 있는 감정들이 떠올라 죄책감도 들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말그대로 매우 좋기도 하면서 몹시 슬프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충만함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결혼과 임신이 거의 동시에 오버랩되며 갑작스러운 인생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10년, 5년 단위로 꿈꾸던 내 삶의 계획들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나는 이대로 엄마이자 아내의 역할로서 끝나는걸까? 막상 임신을 해보니 (물론 낳고 나서 겪는 현실은 또 다른 차원이지만) 현실로 다가왔다. 앞으로 아기를 어디에 맡기며 어떻게 일을 해야 하며 내 커리어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나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 상실감이 들기도 했다. 이런 감정이 수면위로 올라왔다가 안정되었다고 느껴졌을 때 불면증과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증상이 생겨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임신 과정중 그 무엇보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세상 모든 임산부들은 정서적으로 혼란을 겪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그냥 넘겨집고 억누르고 호르몬 때문이라고 지나가지 말고 상담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아기를 양육하는 데도 본인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아기를 잘 키우고 못 키우고를 떠나서 본인이 더 단단해지고 마음으 평화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 

 

평화로움 / 충만함 / 행복한

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나는 알았다. 이 순간을 영원히 그리워하게 되리라. 낯선 존재가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초음파를 보지 않아도 아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느낄 수 있었다. 낯선 경험은 간지럽고, 신기했다. 막달에 가까워질 수록 일을 줄여 시간이 많아지고 배는 더 불러오고 태동은 더욱더 과격해졌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소파나 바닥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으면 여지없이 뱃가죽을 쑥 들이밀고 놀고는 했다. 그럴때면 나는 평화, 충만함, 행복함 같은 단어들로 휩싸이고는 했다. 아기를 낳은 직후 축 늘어진 뱃살, 아직 다 들어가지 않은 배를 보며 이제 이곳이 비어있다는 생각을 하면 허전한 마음이었다. 내 아기는 지금 세상밖에 있는데도 그 사실을 일부러 애써 떠올리는데도 느껴지는 공허한 기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