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3 임신 중 일어나는 감정 변화 (2) 혼란스러움 / 양가감정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인생에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엄청난 불안과 혼란을 안겨 주었다. 임신할 때까지만 해도 당장 어서 아기를 갖고 싶다는 마음 밖에 없었지만 막상 생기고 나니 양극단의 끝에 있는 감정들이 떠올라 죄책감도 들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말그대로 매우 좋기도 하면서 몹시 슬프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충만함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결혼과 임신이 거의 동시에 오버랩되며 갑작스러운 인생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10년, 5년 단위로 꿈꾸던 내 삶의 계획들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나는 이대로 엄마이자 아내의 역할로서 끝나는걸까? 막상 임신을 해보니 (물론 낳고 나서 겪는 현실은 또 다른 차원이지만) 현실로 다가왔다. 앞.. 2023. 1. 20. 임신 중 일어나는 감정 변화 (1) 산후에도 다양한 감정 변화가 일어나지만 오로지 임신 중 일어났던 일에만 집중해 보려고 한다. 상실감 뜻밖의 임신, 그리고 뜻밖의 초기 유산 후 며칠 사이로 급격한 감정의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상실감과 허전함이었다. 생명을 잠시 품었던 느낌이 너무나 강렬했다. 목빠지게 기다리던 임신도 아니었고 얼떨결에 다가온 임신이었는데도 그 상실감이 어마어마했다. 그 상실감은 재임신의 욕구로 이어졌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임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배란테스트기를 구매하고 임신 가능 주기에 대해 공부하고 온갖 자료와 카더라 썰을 다 찾아봤었다. 임신 가능성을 한 번 놓치면 그게 한 달이 지나는 거고 그렇게 12번이 지나면 1년이 금세 날아간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니 조급해 지기도 했다. 불.. 2023. 1. 20. 이게 다 꿈이었어? (산후/육아 우울증?) 파리의 연인과 더불어 최근의 재벌집 막내아들과 같은 시나리오의 느낌을 현실에서 받은적이 있다. 바로 어제 아기와 함께 낮잠을 자다가 아기와 거의 동시에 내가 살짝 더 빨리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정신이 다 차려지지 않은 그 짧은 시간에 "내가 왜 여기있지? 내가 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았지?" 라는 느낌이 강하고 짧게 지나갔다. 여기서 왜는 WHY의 느낌 보다는 '전혀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지?, 나 원래 혼자 살지 않았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기묘한 기분, 당황스러움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삶을 후회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우울함도 들었다. 그러다 이제 막 잠에서 깨 반쯤 감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보채는 아기를 보고 끌어안아 들어올리며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안된다는 .. 2023. 1.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