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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Seeker

감정 단어로 표현하기 (부: 대박~!이라는 표현을 뭘로 대체할 수 있을까?)

by zelator-lucy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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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모차를 끌고 동네 시장에 가다가 리어카로 폐지를 수거하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아기에게 아는척을 하며 귀여워 해주셨다. 항상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갈 때 마다 나 스스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에너지로 대하는지에 따라 아기도 보고 영향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염두해둔다. 최대한 인사도 잘하고 아기를 귀여워 해주시려는 어르신들이 계시면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가고 아기에게도 이웃의 얼굴을 소개해 준다. 이번에 만난 할아버지께서는 자신이 몇 살로 보이냐고 물으시고는 곧이어 90이 다 되어간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손주가 나이도 있고 결혼한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 자식이 없어 걱정이었다고, 하지만 최근에 쌍둥이 임신 소식이 있었다고 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증손주 소식을 그것도 쌍둥이 소식을 들은 할아버지 기분이 얼마나 좋았길래 이렇게 길가는 나에게까지 큰목소리로 말씀하시는 걸까? 그 감정이 전달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한채 "우와 정말 대박이에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말 밖에 튀어나오지 않은 내 자신이 별로라고 느껴졌다. 

 평소 감정 단어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야 한다고 많이 떠들어 왔었다. 감정 단어 목록을 따로 뽑아 일할 때나 일상 생활에 적용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박이라니... 대박이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다니...

 "할아버지 정말 기쁘시겠어요~" 정도 까지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자괴감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또 이와 비슷한 일이 생겨 다시 자괴감에 빠지고 말았다. 단톡방에서 교수님께서 나에게 고맙다고 가볍게 표현하셨다. 그냥 소소한 안내멘트를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적절하게 말해야할지 몰라 그만 어줍잖은 이모티콘만 하나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심장이 쿵쾅 거리며 어서 빨리 적절하고 세련된 표현을 찾아내!! 라고 나의 두뇌에게 소리쳤지만 이미 얼어 붙은 이후 였다. 

 

 자다가 이불킥 날릴만한 오늘 일에 대해 아직도 적절한 멘트를 찾지 못하였다... 어떻게 말했어야 했을까? 

"꺅~ 교수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교수님 멘트에 부끄러워 소자 이만 물러가옵나이다." 

"교수님 제가 더 감사합니다." 

 

정말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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