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쯤이었을까 직장 생활 중 원형 탈모가 좀 크게 왔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나 힘든데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나를 내버려두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시기에 대해 글을 쓰려니 가슴이 조금은 졸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서 상담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갔다. 그때는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공부를한 상담가를 찾아가야 할지 전혀 몰랐고 검색해서 퇴근 후 꾸준히 갈 수 있는 위치만 보고 갔다. 고층의 오피스텔 건물들이 우뚝 서서 나를 내려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삭막하고 낯선 오피스텔 건물 안에 작은 사무실이 상담소였다. 상담사 혼자 있었고 내가 생각한 느낌과 다르고 모든 것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매우 낯설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라면 극복하고 일단 속는셈치고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가끔 죽을 생각도 했었던거 같다. 그렇다고 매우 우울한 상태도 아니어서 이렇게 크게 원형탈모로 신체 증상이 나타날때까지 정말 나는 괜찮은줄 알았다.
상담 4~5회기 정도쯤 내가 왜 돈을 내고 이사람에게 이야기 하고있지? 그냥 이정도면 친구 붙잡고 하소연 해도 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쯤, 내가 어디서 부터 붕괴되고 있었는지 그 지점을 알아차리고 만나게 되었다.
그 이후 상담은 조금 진전되다가 상담사의 개인사정으로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다.
아주짧게 진행되어 아쉬운점이 많이 남지만 그중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바로 애니어그램 검사였다. 애니어그램은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유형 검사와 같은 성격유형 검사이다. 그 기원이 기원전으로 올라간다. 요즘 심리성격유형 검사와는 차별되는 특이한 점이다. MBTI는 16가지 각 유형에 사람의 유형을 가둬놓은 느낌이라면 애니어그램은 나아갈 방향, 안좋은 상태로 가는 방향등 정적이지 않고 동적이라고 개인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MBTI는 '나는 I라서~ 나는 T니까'과 같은 말들이 많이 파생되는 것같다.
에니어그램
(Enneagram)은 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 이자 인간이해의 틀이다. 희랍어에서 9를 뜻하는 ennear와 점, 선, 도형을 뜻하는 grammos의 합성어로, 원래 '9개의 점이 있는 도형'이라는 의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2001년에 윤운성교수에 의해 표준화를 거친 한국형 에니어그램 성격유형검사(KEPTI)가 정식으로 출판되었다.
[출처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97%90%EB%8B%88%EC%96%B4%EA%B7%B8%EB%9E%A8
나는 5w4 유형이 나왔는데 당시 상담사는 특히 한국 여성에서 나오지 않는 드문 유형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특징들을 이야기해주었다. 당시 설명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날 느낌은 잊을 수 없다. 마치 잃어버린 기억, 자아를 되찾은 사람 마냥 소름이 돋고 안개처럼 뿌옇게 있던 나의 일부분이 명확이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중학교때 나는 시골에 살았는데 차로 계곡을 지날 때면 '이게 어떤 풍화 작용에 이렇게 만들어졌지? 저 바위는 언제부터 저기 있었을까? 지금 솟아오른 지형의 저 맨 윗부분은 공룡 시대에도 있었을까? 공룡이 이 지표면을 밟았던 적이 있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고는 했다. '와! 계곡 시원하겠다. 물고기 잡으면 재미있겠다.'와 같은 비슷한 생각은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이건 하나의 예시일뿐 매순간 주변 친구들과 다른점이 많았고 잘 어울리기 힘들었다.
대학, 회사 생활을 거치며 나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 '다른 사람들처럼' 흉내내며 지내왔던 거 같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한계에 이르렀을 때 내 영혼이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나를 찾아 되돌아가고 싶었을 때 그 지점이 어디인지 몰랐다. 하지만 애니어그램을 통해서 그곳이 어디인지 알게되었고 이후 2년 정도 퇴사, 이직, 퇴사 그리고 자격증 공부를 거쳐 대학원에 들어가 아예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이게 첫번째로 애니어그램이 나를 살렸던 일이었다. 그때 이 검사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나로써 충만한' 그 지점을 찾지 못해 많이 해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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