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애니어그램이 나를 살렸던 일은 작년 9월의 일이다. 우연한 기회로 zoom 비대면으로 실시하는 양육자 대상 애니어그램 강의를 듣게 되었다. 일반인 대상 강의라 큰기대는 없었고 그냥 오랜만에 공부했던 거 복습한다는 마음으로, 출산 후 애만 키우다가 오랜만에 공부에 시간 투자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강의 들었다.
강의를 듣기 며칠전에 보내주는 링크에 따라 애니어그램 테스트를 다시 실시했다. 그런데 결과가 4w5로 다르게 나왔다. 이메일로 받은 결과지를 읽는데 하나하나 다 내 이야기 같고 다시금 10년전처럼 속이 후련하기도하고 신나기도 했다. "그래! 이게바로 나야!" 검사지로부터 이해받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온전히 이해받았다는 경험만으로도 사람이 에너지가 났다.
강의는 9가지 유형을 아주 간략하게 키워드로 설명한 다음 강의를 신청한 사람들이 사전에 검사한 내용을 하나하나 피드백 해주는 방식이었다. 다수가 듣는 강의에서 하기 힘든 포멧이다. 이런 유형 검사의 경우 전체에 대한 설명 보다 다들 자기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싶을 텐데, 강사님 에너지가 많이 들었겠지만 한 명 한 명 빠짐없이 성실히 설명해 주셨다. 내 차례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들의 해석 상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식도 쌓이고, 공감도 서로 많이 되어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내 차례에서 나는 기존에 나왔던 결과와 다르게 나온 것을 먼저 질문했는데 강사님이 육아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것과 육아로 인해 자기 계발, 나만의 것을 하지 못해 힘든지 둘 중 어느것이 더 나에게 가까운지 물었다. 나는 당연히 후자였다.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견딜만했고 그 보다 나를 잃어가는 느낌과 앞으로도 이런 시간들이 계속 될 것이라는 데서 오는 압도감이 훨씬 더 컸다. 이렇게 대답하니 강사님은 곧바로 내 유형은 기존의 5번 유형이 맞지만 현재 육아로 인해 잠시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 거 같다고 해주셨다. 그리고 다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처방(?ㅋㅋ)을 내려 주셨던 것은 꼭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게 어떤 것인지 분명 잘 알고 있을 거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나를 알아봐주는 기분도 들었고, 현재의 내 상태가 짠해보이기도 했다.
이 강의를 듣고나서 한동안은 기분이 많이 가라 앉아 우울했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지? 에 대해서 육퇴 후 책상 앞에 앉아 고민했다. 나를 알아봐준 애니어그램 검사는 그로 인하여 현재 내 상태가 '나'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게 했다. 그래서 방황의 시간을 조금 보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PDS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뭐라도쓰자'라는 블로그 이름처럼 '뭐라도하기'로 마음 먹고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하며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워 나갔다.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나를 잃게 되었을 때 적재적소에 딱 나타나 다시 나를 제자리제 꽂아준 애니어그램 검사였다. '나를 돌보는' 방법이 무엇인지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그로인하여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도 생기고, 통제할 수 없는 현실 (a.k.a 육아...)에 너무 매달리지 않고 내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또 시간이 흘러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가게 되면 그때 이 글이 깃발이 되어 제자리를 찾게 해줄 거라 생각한다.
강서구 가족센터
가족상담 및 교육, 문화 프로그램 실시 등 안내
gsfc.familynet.or.kr
*양육자 대상 애니어그램 강의를 들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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